바다의 시간에 잠기다 – 팔라우에서 보낸 조용한 며칠
세상이 조용해지는 순간은 의외로 갑자기 찾아온다.
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졌던, 습하고 부드러운 바람.
숨을 들이마시자 그 안에 섞여 있는 바다 내음이 나를 감쌌다.
팔라우, 지구 어딘가에서 조용히 푸르게 살아가는 이 섬나라는
마치 아무 말 없이도 나를 반기고 있었다.
🌊 바다의 색은 마음의 색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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팔아우 바다 |
처음 마주한 팔라우의 바다는,
기억 속 어떤 풍경보다도 더 푸르고, 더 맑았다.
눈을 감으면 물 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지고,
눈을 뜨면 바다 아래 산호초와 생명이 유영하는 모습이 보였다.
푸른색의 층이 바다 위로, 내 마음 속으로 겹겹이 스며들었다.
쓸데없는 고민도, 끝없는 생각도 이 푸른 바다 앞에선
마치 먼지가 되어 날아가 버린 듯했다.
나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숨을 쉬고 있었다.
바람이 볼을 스치고, 햇살이 피부를 어루만지고,
파도가 아주 조심스럽게 내 마음을 두드렸다.
🌴 나무 그늘 아래에서 배운 여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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팔라우 작은 섬 안에서 |
보트를 타고 작은 섬으로 이동했다.
그늘이 드리워진 해변에서 나는 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.
햇빛은 반짝였고, 사람들은 조용했고, 바람은 일정하게 불었다.
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, 그것이 이곳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었다.
책을 꺼냈지만 읽히지 않았고,
핸드폰은 금세 잊혀졌고,
대신 나는 조용히 물을 바라보았다.
그 순간 알았다.
진짜 여행은 멀리 떠나는 게 아니라, 멈추는 데 있다는 것을.
움직이지 않고도 내 안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는 걸 느꼈다.
바다가 내 안의 속도를 다시 맞춰주고 있었다.
🚤 바다 위를 떠다니는 마음
물 위에 떠 있는 보트를 바라보았다.
물결 따라 가볍게 흔들리는 그 모습은,
마치 조급함을 내려놓은 한 사람의 모습 같았다.
팔라우의 바다는 매일 같은 색을 보여주지 않았다.
해가 떠오를 때와 질 때,
구름이 많을 때와 없는 때마다
색이 조금씩 바뀌었다.
그 변화마저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바다,
나는 그 바다에 나도 모르게 감정의 중심을 내어주고 있었다.
🕊️ 여행이 끝나도 남는 것
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.
내 머릿속엔 여전히 그 물빛과 파도,
나무 그늘 아래 흘러가던 조용한 시간이 남아 있었다.
여행은 끝났지만
마음의 파장은 아직도 그 바다 위에 머물러 있다.
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.
그곳에서 얻은 평온이 나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이다.
✨ 팔라우에서 배운 단 하나의 진리
조용한 바다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,
우리는 이미 충분히 치유받고 있다.